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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형택에 관한 짧은 대화

    기본 정보
    artwork 윤형택에 관한 짧은 대화
    artist PRINT BAKERY
    price Editorial
    maker print bakery
    info Editorial
    code P0000HJC
    상품간략설명 작가를 알아가는 것은 작품에 깊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작가와 작품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나만의 연결고리로 작가와 작품을 이어보는 것은 그림과 친해지는 일이니까요. 프린트베이커리 전속작가 윤형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윤형택이 직접 지면에 작업이나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형택은 눈을 반짝이며 그가 보고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솔직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작가님과 나눈 대화가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상품추가설명 번역정보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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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정보

    작가를 알아가는 것은 작품에 깊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작가와 작품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나만의 연결고리로 작가와 작품을 이어보는 것은 그림과 친해지는 일이니까요. 프린트베이커리 전속작가 윤형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윤형택이 직접 지면에 작업이나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형택은 눈을 반짝이며 그가 보고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솔직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작가님과 나눈 대화가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윤형택의 작업실 ⓒ윤형택


    prologue

    작품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작가가 궁금해집니다. 그러다가 이런 의문이 들죠. 작가와 작업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우리는 마음대로 작가를 상상해 보곤 합니다. 창작물을 앞에서는 이런 질문과 상상들이 참 즐겁습니다. 작가를 알아가는 것은 작품에 깊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작가와 작품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나만의 연결고리로 작가와 작품을 이어보는 것은 그림과 친해지는 일이니까요.

    에디터도 같은 마음으로 프린트베이커리 전속작가 윤형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윤형택이 직접 지면에 작업이나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형택은 눈을 반짝이며 그가 보고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솔직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봄 햇살 가득한 파주 풍경과 윤형택의 작업실에서 보이는 창 ⓒ전혜림


    #1. 파주, 윤형택의 작업실: 낮

    파주에 도착하니 봄바람에 나무가 흔들리고 볕은 나뭇잎 사이사이를 통과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한껏 봄을 만끽하며 걸어가 도착한 윤형택의 집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배우자 박화연)의 공간다웠습니다. 화이트 톤의 집은 윤형택의 그림처럼 깔끔한 인상이었습니다. 높은 층고에 큰 창이 있던 거실은 봄 햇살로 따뜻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작업실은 한층 내려간 곳에 자리해 있습니다. 작업실 한편에 있던 가로로 긴 창 너머에는 푸른 마당이 모였습니다.

    윤형택(이하 윤): 평소에는 커튼을 치고 잘 열지 않아요. 오신다고 해서 활짝 열어 두었습니다.

    공간은 굉장히 분주했습니다. 의자가 무려 다섯 개였고 큰 이젤 하나, 작은 이젤 하나가 서로를 마주 보며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낮은 의자가 많았습니다. 그 주변으로는 물감, 붓 들이 바닥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캠핑의자처럼 낮은 의자가 많은 윤형택의 작업실 ⓒ전혜림


    #2. 의자가 많은 방, 돌아가며 앉는 사람

    전혜림(이하 전): 낮은 의자가 많으시네요. 혼자 사용하시는 작업실인데 의자가 많은 것이 신기해요.

    윤: 작업하다 손이 가는 것들이 한 두개가 아니니 자꾸 물건을 바닥에 놓게 되더라고요. 테이블이 꽉 차면 바닥에 두었고 결국 많은 물건들이 낮은 곳에 자리하게 됐어요. 그래서 낮은 의자들을 두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의자를 좋아해요. 앉는 행위 자체를 좋아합니다. 웃긴 건 한 곳에 오래는 못 앉아 있어요. 엉덩이가 되게 가벼운 편이라서 여러 군데 의자와 캔버스를 두고 옮겨 다니며 작업을 하죠. 질릴 때쯤 일어나 허리를 잠깐 펴고 다시 다른 의자와 캔버스로 옮겨가 그림을 그려요. 그리는게 길어지면 또 노트북 자리로 옮겨 할 일을 좀 하다가 다시 캔버스 앞으로 갑니다. 이제 제 스스로를 관리하는 방법이에요. 노하우기도 하고요. 하하.

    전: 생각해보니 작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많이 등장해요. 앉아 있는 행위 자체가 작가님에게 정말 중요하군요? 오래 앉기 노하우가 있으시다니.. 공간만 있다면 저도 시도해보고 싶어요.



    (좌)윤형택, Untitled (Woman Reading on Sofa), 2022 (우)윤형택, Untitled (Man Reading Book), 2022 ⓒprint bakery


    #3. 책 너머의 것들, 읽는 아름다움

    전: 작업실에 책도 많아요. 건축책, 그림책, 잡지… 여러 종류의 책이 곳곳에 쌓여 있네요.

    윤: 저는 책을 통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자주 발견한다고 생각해요. 윗세대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면 자연적 요소가 많이 등장하죠. 실제로 그분들은 자연에 많은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그치만 제가 경험한 삶은, 어렸을 때 자연에서 놀았던 것 외에는 자연과 조금 거리가 멀어요. 내가 멋지고 경이롭다고 느낀 자연은 실제로 본 것보다 TV나 잡지에서 본 것이죠. 그걸 인지하고 난 뒤, 저한테 이 시각 매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또, 책을 읽는 모습이 예쁘다고 느낍니다. 독서하는 사람을 자주 그린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 같네요. 웅크리고 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일이 잦아진 세상이잖아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라도 ‘아 책 읽는 모습이 이렇게 예쁜 모습이구나'하면서 되새기면 좋을 것 같아요.



    윤형택 작가의 집에 있던 'apartamento', 박서보 화백의 모습과 작업실이 실린 페이지다. ⓒ오은재


    전: 특별히 좋아하는 책이 있으세요?

    윤: 첫번째로, 'apartamento'라는 잡지를 좋아합니다. 이 잡지에는 세계 각국의 개성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솔직하게 담아요. 그 책에 나온 작가들을 보면서 묘한 위로를 얻기도 해요. 누군가를 특정하며 그리지는 않지만 개성 있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인물 드로잉도 많이 합니다.



    윤형택 작업실에 있는 상페 그림이 담긴 책들 ⓒ전혜림


    윤: 두 번째는 제가 ‘장자크 상페’의 책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어요. 제일 좋아하는 책이 '좀머씨 이야기'인데, 책의 일러스트를 상페가 그렸어요. 그 책을 시작으로 상페 그림을 찾아봤죠.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는 상페의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은연중에 스민 그의 영향을 많이 지웠지만 여전히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시간이 흘러 생각해 보니, 이 사람의 그림보다도 그의 따뜻한 시선이 저한테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도 자주 보고 있습니다. 상페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윤형택의 작업실 ⓒ윤형택


    #4. 불이 있는 집: 따스한 분위기

    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작가님의 작업에서도 따스함을 느끼고 있어요. 편안한 얼굴과 자세가 마음을 느긋하게 해주거든요.

    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제 그림을 따뜻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덕분에 ‘따뜻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림의 최종 목적지가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전시장을 거칠 수 있지만 어쨌든 가장 마지막에는 누군가의 공간에 머물게 되는 것이에요. 그 집에서 제 그림이 ‘따뜻함'이 되면 좋겠습니다.



    윤형택의 작업실 ⓒ전혜림


    윤: 제가 들은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사람한테 최초의 집은 동굴이라고 해요. 너무 밝은 곳에 노출되면 위험하니 그늘로 숨은 겁니다. 그늘 안에서 빛을 낼 수 있다면 그때부터 그 공간은 집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집의 중심이 불이었대요. 따뜻하게 해주고 거기서 요리를 해먹고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 앉으니까요. 현대로 오면서 벽난로가, 더 시간이 흘러 TV가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죠. 그런데 지금은 TV의 개념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제 각자의 핸드폰으로 개인이 즐거운 콘텐츠를 누리는 시대니까요.

    작은 일상의 변화지만, 공간이 보존하고 있던 온기와 가족이 모였을 때 느낄 수 있던 따뜻함은 이제 흩어졌습니다. 불, 벽난로, TV가 ‘따뜻함'의 역할을 못하니, 사람들에게는 온 집안에 따뜻함을 관통시킬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상황에서 ‘그림'이 ‘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욱 제 그림을 따뜻하게 봐주시는 시선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좌)윤형택, apartamento 2022-02, (우)윤형택, apartamento 2022-01 ⓒprint bakery


    #5. 누군가의 집, 그림의 목적지

    전: 말씀하시는 중에 ‘그림의 최종 목적지가 집'이라고 하셨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윤: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공간에 어울리는 그림을 상상하며 그렸습니다. 제 배우자에 인해 그렇게 된 것도 있어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사람 옆에 있고, 그가 디자인하는 공간에 들어갈 그림을 종종 의뢰받았거든요. 덕분에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게 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특정 어떤 공간이나 공간의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그리지는 않습니다. 그저 그림의 목적지가 집이라는 거죠.

    누군가의 집에 걸리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묘사가 줄었습니다. 제 그림이 누군가 또는 어떤 장소를 특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묘사가 빠지면 어느 누구도 될 수 있더라고요. 마치 이모티콘처럼. 어느 곳에서도 호환이 되려면 특정되지 않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윤형택의 집 ⓒ전혜림


    전: 지금 제 뒤편에도 작가님의 그림이 걸려있어요. 넥타이를 한 남자가 앉아있는 모습이네요. 공간과 굉장히 잘 어울려요. 저 그림을 좋아하세요?

    윤: 네, 저 그림에도 사연이 있어요. 저는 그림을 걸어두는 걸 좋아해요. 제 그림의 최종 목적지가 ‘집’이라면 첫 출발도 ‘집’입니다. 저는 그림이 걸렸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릴 때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르거든요. 저 그림도 그리면서는 어딘가 부족하다고 계속해서 느꼈어요, 그런데 딱 거니까 오히려 다른 그림보다 훨씬 좋더라고요. 그림에 힘이 생겼어요. 그게 어디서 오는 건지 저도 아직 찾는 중입니다. 계속 고민하고 싶습니다.

    저는 작은 목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집에 걸어보는 것도 제 소소한 행복을 위한 일이에요. 짧은 시간이라도 내 집에 걸어놓고 나도 즐기는 게 그림을 그리는 작은 목적인 거죠.

    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나한테 충분한 만족감을 안겨주는 것이 바깥으로 나갔을 때, 더 힘이 있는 것 같거든요. 또, 작가님에게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윤형택의 공간 일러스트 ⓒ윤형택


    #6. 인테리어 회사: 윤형택의 과거와 현재

    전: 작가님이 지나온 자취를 살피면 공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겠어요. 원래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셨죠?

    윤: 네, 인테리어 회사에서 공간 스토리텔러, 일러스트레이터의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도 종종 하고 있고요. 공간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저는 전문 용어보다 그림으로 분위기를 전달하는 일을 한 거죠.

    전: 공간에 어울리는 그림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시는 것도 직업적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어쨌든 그림을 그리는 일을 계속 해오셨어요. 공간 일러스트레이터, 화가 두 직업을 거치시며 어떤 차이점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윤: 객관적으로 보면, 일의 순서가 달라요. 일러스트는 건축 프로젝트에 관한 일이에요. 제 생각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을 대변해 주는 겁니다. 오더가 먼저 이루어지고 그림이 됩니다. 반면, 지금은 제가 먼저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선보이죠. 이전에는 숙제 푸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스스로에게 중점을 둡니다.



    윤형택의 작업실 ⓒ윤형택


    #7. 윤형택의 공간: 미래

    전: 지금에 굉장히 만족하고 계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이제 앞으로의 윤형택이 궁금해요. 오늘 저희가 작업실을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잖아요. 혹시 앞으로의 윤형택의 공간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 것 같으세요?

    윤: 당장은 어렵겠지만 나중에는 사람들이 제가 없어도 작업실에서 절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간이나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덩어리라고 생각해요. 그런 덩어리가 딱 저와 닮았으면 좋겠어요. 윤형택, 윤형택의 그림, 그리고 윤형택의 공간이 겹쳐질 수 있다면 많은 설명 없어도 그림은 몇 배로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 이런 공간에서 이런 사람이 이 그림을 그렸겠구나.’ 하면서요.

    전: 그럼, 앞으로의 계획도 있으신가요?

    윤: 곧 다가오는 개인전에서는 앞서 계속 말했던 ‘따뜻함’에 대해 말해보고 싶습니다. 조금 뜬금없지만 그림과는 별개로 저는 스스로를 이야기꾼이라 생각해요. 전시에도 제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이야기를 써볼까 생각 중이에요. 들어보실래요?



    인터뷰중인 윤형택 작가와 전혜림 에디터 ⓒ오은재


    epilogue

    윤형택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이어 나갔습니다. 버스 정거장에 머무는 모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언젠가 책으로 나올 수 있으니 함구하겠습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다 듣고 물개 박수를 치며 감탄했습니다. 함께 간 동료들 중 한 명은 시나리오를 써본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출판사 친구를 가까이 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모여 앉아 창작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었습니다.

    여러분은 대화를 지나며 그림을 얼마나 크게 보고 윤형택은 얼마나 가까이 보셨나요. 처음에는 그림에서 뻗어 나온 질문에 답을 들으며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작가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림에서 작가를 덜어내기도 했습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오롯한 따스함을 보았습니다. 작가 자신은 언젠가 ‘윤형택, 윤형택의 그림, 그리고 윤형택의 공간이 겹쳐질 수 있다면 많은 설명 없어도 그림은 몇 배로 확장될 수 있지’않을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작가님과 나눈 대화가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DITOR 전혜림  DESIGNER 이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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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형택의 작업실 ⓒ윤형택


    prologue

    작품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작가가 궁금해집니다. 그러다가 이런 의문이 들죠. 작가와 작업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우리는 마음대로 작가를 상상해 보곤 합니다. 창작물을 앞에서는 이런 질문과 상상들이 참 즐겁습니다. 작가를 알아가는 것은 작품에 깊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작가와 작품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나만의 연결고리로 작가와 작품을 이어보는 것은 그림과 친해지는 일이니까요.

    에디터도 같은 마음으로 프린트베이커리 전속작가 윤형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윤형택이 직접 지면에 작업이나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형택은 눈을 반짝이며 그가 보고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솔직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봄 햇살 가득한 파주 풍경과 윤형택의 작업실에서 보이는 창 ⓒ전혜림


    #1. 파주, 윤형택의 작업실: 낮

    파주에 도착하니 봄바람에 나무가 흔들리고 볕은 나뭇잎 사이사이를 통과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한껏 봄을 만끽하며 걸어가 도착한 윤형택의 집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배우자 박화연)의 공간다웠습니다. 화이트 톤의 집은 윤형택의 그림처럼 깔끔한 인상이었습니다. 높은 층고에 큰 창이 있던 거실은 봄 햇살로 따뜻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작업실은 한층 내려간 곳에 자리해 있습니다. 작업실 한편에 있던 가로로 긴 창 너머에는 푸른 마당이 모였습니다.

    윤형택(이하 윤): 평소에는 커튼을 치고 잘 열지 않아요. 오신다고 해서 활짝 열어 두었습니다.

    공간은 굉장히 분주했습니다. 의자가 무려 다섯 개였고 큰 이젤 하나, 작은 이젤 하나가 서로를 마주 보며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낮은 의자가 많았습니다. 그 주변으로는 물감, 붓 들이 바닥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캠핑의자처럼 낮은 의자가 많은 윤형택의 작업실 ⓒ전혜림


    #2. 의자가 많은 방, 돌아가며 앉는 사람

    전혜림(이하 전): 낮은 의자가 많으시네요. 혼자 사용하시는 작업실인데 의자가 많은 것이 신기해요.

    윤: 작업하다 손이 가는 것들이 한 두개가 아니니 자꾸 물건을 바닥에 놓게 되더라고요. 테이블이 꽉 차면 바닥에 두었고 결국 많은 물건들이 낮은 곳에 자리하게 됐어요. 그래서 낮은 의자들을 두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의자를 좋아해요. 앉는 행위 자체를 좋아합니다. 웃긴 건 한 곳에 오래는 못 앉아 있어요. 엉덩이가 되게 가벼운 편이라서 여러 군데 의자와 캔버스를 두고 옮겨 다니며 작업을 하죠. 질릴 때쯤 일어나 허리를 잠깐 펴고 다시 다른 의자와 캔버스로 옮겨가 그림을 그려요. 그리는게 길어지면 또 노트북 자리로 옮겨 할 일을 좀 하다가 다시 캔버스 앞으로 갑니다. 이제 제 스스로를 관리하는 방법이에요. 노하우기도 하고요. 하하.

    전: 생각해보니 작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많이 등장해요. 앉아 있는 행위 자체가 작가님에게 정말 중요하군요? 오래 앉기 노하우가 있으시다니.. 공간만 있다면 저도 시도해보고 싶어요.



    (좌)윤형택, Untitled (Woman Reading on Sofa), 2022 (우)윤형택, Untitled (Man Reading Book), 2022 ⓒprint bakery


    #3. 책 너머의 것들, 읽는 아름다움

    전: 작업실에 책도 많아요. 건축책, 그림책, 잡지… 여러 종류의 책이 곳곳에 쌓여 있네요.

    윤: 저는 책을 통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자주 발견한다고 생각해요. 윗세대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면 자연적 요소가 많이 등장하죠. 실제로 그분들은 자연에 많은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그치만 제가 경험한 삶은, 어렸을 때 자연에서 놀았던 것 외에는 자연과 조금 거리가 멀어요. 내가 멋지고 경이롭다고 느낀 자연은 실제로 본 것보다 TV나 잡지에서 본 것이죠. 그걸 인지하고 난 뒤, 저한테 이 시각 매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또, 책을 읽는 모습이 예쁘다고 느낍니다. 독서하는 사람을 자주 그린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 같네요. 웅크리고 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일이 잦아진 세상이잖아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라도 ‘아 책 읽는 모습이 이렇게 예쁜 모습이구나'하면서 되새기면 좋을 것 같아요.



    윤형택 작가의 집에 있던 'apartamento', 박서보 화백의 모습과 작업실이 실린 페이지다. ⓒ오은재


    전: 특별히 좋아하는 책이 있으세요?

    윤: 첫번째로, 'apartamento'라는 잡지를 좋아합니다. 이 잡지에는 세계 각국의 개성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솔직하게 담아요. 그 책에 나온 작가들을 보면서 묘한 위로를 얻기도 해요. 누군가를 특정하며 그리지는 않지만 개성 있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인물 드로잉도 많이 합니다.



    윤형택 작업실에 있는 상페 그림이 담긴 책들 ⓒ전혜림


    윤: 두 번째는 제가 ‘장자크 상페’의 책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어요. 제일 좋아하는 책이 '좀머씨 이야기'인데, 책의 일러스트를 상페가 그렸어요. 그 책을 시작으로 상페 그림을 찾아봤죠.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는 상페의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은연중에 스민 그의 영향을 많이 지웠지만 여전히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시간이 흘러 생각해 보니, 이 사람의 그림보다도 그의 따뜻한 시선이 저한테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도 자주 보고 있습니다. 상페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윤형택의 작업실 ⓒ윤형택


    #4. 불이 있는 집: 따스한 분위기

    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작가님의 작업에서도 따스함을 느끼고 있어요. 편안한 얼굴과 자세가 마음을 느긋하게 해주거든요.

    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제 그림을 따뜻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덕분에 ‘따뜻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림의 최종 목적지가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전시장을 거칠 수 있지만 어쨌든 가장 마지막에는 누군가의 공간에 머물게 되는 것이에요. 그 집에서 제 그림이 ‘따뜻함'이 되면 좋겠습니다.



    윤형택의 작업실 ⓒ전혜림


    윤: 제가 들은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사람한테 최초의 집은 동굴이라고 해요. 너무 밝은 곳에 노출되면 위험하니 그늘로 숨은 겁니다. 그늘 안에서 빛을 낼 수 있다면 그때부터 그 공간은 집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집의 중심이 불이었대요. 따뜻하게 해주고 거기서 요리를 해먹고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 앉으니까요. 현대로 오면서 벽난로가, 더 시간이 흘러 TV가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죠. 그런데 지금은 TV의 개념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제 각자의 핸드폰으로 개인이 즐거운 콘텐츠를 누리는 시대니까요.

    작은 일상의 변화지만, 공간이 보존하고 있던 온기와 가족이 모였을 때 느낄 수 있던 따뜻함은 이제 흩어졌습니다. 불, 벽난로, TV가 ‘따뜻함'의 역할을 못하니, 사람들에게는 온 집안에 따뜻함을 관통시킬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상황에서 ‘그림'이 ‘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욱 제 그림을 따뜻하게 봐주시는 시선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좌)윤형택, apartamento 2022-02, (우)윤형택, apartamento 2022-01 ⓒprint bakery


    #5. 누군가의 집, 그림의 목적지

    전: 말씀하시는 중에 ‘그림의 최종 목적지가 집'이라고 하셨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윤: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공간에 어울리는 그림을 상상하며 그렸습니다. 제 배우자에 인해 그렇게 된 것도 있어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사람 옆에 있고, 그가 디자인하는 공간에 들어갈 그림을 종종 의뢰받았거든요. 덕분에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게 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특정 어떤 공간이나 공간의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그리지는 않습니다. 그저 그림의 목적지가 집이라는 거죠.

    누군가의 집에 걸리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묘사가 줄었습니다. 제 그림이 누군가 또는 어떤 장소를 특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묘사가 빠지면 어느 누구도 될 수 있더라고요. 마치 이모티콘처럼. 어느 곳에서도 호환이 되려면 특정되지 않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윤형택의 집 ⓒ전혜림


    전: 지금 제 뒤편에도 작가님의 그림이 걸려있어요. 넥타이를 한 남자가 앉아있는 모습이네요. 공간과 굉장히 잘 어울려요. 저 그림을 좋아하세요?

    윤: 네, 저 그림에도 사연이 있어요. 저는 그림을 걸어두는 걸 좋아해요. 제 그림의 최종 목적지가 ‘집’이라면 첫 출발도 ‘집’입니다. 저는 그림이 걸렸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릴 때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르거든요. 저 그림도 그리면서는 어딘가 부족하다고 계속해서 느꼈어요, 그런데 딱 거니까 오히려 다른 그림보다 훨씬 좋더라고요. 그림에 힘이 생겼어요. 그게 어디서 오는 건지 저도 아직 찾는 중입니다. 계속 고민하고 싶습니다.

    저는 작은 목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집에 걸어보는 것도 제 소소한 행복을 위한 일이에요. 짧은 시간이라도 내 집에 걸어놓고 나도 즐기는 게 그림을 그리는 작은 목적인 거죠.

    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나한테 충분한 만족감을 안겨주는 것이 바깥으로 나갔을 때, 더 힘이 있는 것 같거든요. 또, 작가님에게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윤형택의 공간 일러스트 ⓒ윤형택


    #6. 인테리어 회사: 윤형택의 과거와 현재

    전: 작가님이 지나온 자취를 살피면 공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겠어요. 원래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셨죠?

    윤: 네, 인테리어 회사에서 공간 스토리텔러, 일러스트레이터의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도 종종 하고 있고요. 공간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저는 전문 용어보다 그림으로 분위기를 전달하는 일을 한 거죠.

    전: 공간에 어울리는 그림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시는 것도 직업적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어쨌든 그림을 그리는 일을 계속 해오셨어요. 공간 일러스트레이터, 화가 두 직업을 거치시며 어떤 차이점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윤: 객관적으로 보면, 일의 순서가 달라요. 일러스트는 건축 프로젝트에 관한 일이에요. 제 생각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을 대변해 주는 겁니다. 오더가 먼저 이루어지고 그림이 됩니다. 반면, 지금은 제가 먼저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선보이죠. 이전에는 숙제 푸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스스로에게 중점을 둡니다.



    윤형택의 작업실 ⓒ윤형택


    #7. 윤형택의 공간: 미래

    전: 지금에 굉장히 만족하고 계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이제 앞으로의 윤형택이 궁금해요. 오늘 저희가 작업실을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잖아요. 혹시 앞으로의 윤형택의 공간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 것 같으세요?

    윤: 당장은 어렵겠지만 나중에는 사람들이 제가 없어도 작업실에서 절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간이나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덩어리라고 생각해요. 그런 덩어리가 딱 저와 닮았으면 좋겠어요. 윤형택, 윤형택의 그림, 그리고 윤형택의 공간이 겹쳐질 수 있다면 많은 설명 없어도 그림은 몇 배로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 이런 공간에서 이런 사람이 이 그림을 그렸겠구나.’ 하면서요.

    전: 그럼, 앞으로의 계획도 있으신가요?

    윤: 곧 다가오는 개인전에서는 앞서 계속 말했던 ‘따뜻함’에 대해 말해보고 싶습니다. 조금 뜬금없지만 그림과는 별개로 저는 스스로를 이야기꾼이라 생각해요. 전시에도 제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이야기를 써볼까 생각 중이에요. 들어보실래요?



    인터뷰중인 윤형택 작가와 전혜림 에디터 ⓒ오은재


    epilogue

    윤형택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이어 나갔습니다. 버스 정거장에 머무는 모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언젠가 책으로 나올 수 있으니 함구하겠습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다 듣고 물개 박수를 치며 감탄했습니다. 함께 간 동료들 중 한 명은 시나리오를 써본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출판사 친구를 가까이 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모여 앉아 창작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었습니다.

    여러분은 대화를 지나며 그림을 얼마나 크게 보고 윤형택은 얼마나 가까이 보셨나요. 처음에는 그림에서 뻗어 나온 질문에 답을 들으며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작가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림에서 작가를 덜어내기도 했습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오롯한 따스함을 보았습니다. 작가 자신은 언젠가 ‘윤형택, 윤형택의 그림, 그리고 윤형택의 공간이 겹쳐질 수 있다면 많은 설명 없어도 그림은 몇 배로 확장될 수 있지’않을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작가님과 나눈 대화가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EDITOR 전혜림  DESIGNER 이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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