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Artist Statement

제 3막 ACT3 | 초고밀도 중성자별의 탄생 The Birth of Hyperdense Neutron Star

역할놀이를 통해 우리는 원한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어릴 적 엄마가 되어보기도 하고 꿈꾸는 직업을 가져보거나 동식물이 되어보았던 경험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더이상 역할놀이를 하지 않는다. 대신 실제 수행해야하는 역할이 주어졌고, 때때로 과거에 겪었던 부정적인 사건이나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를 점쳐보곤 한다.
 
 삶의 사다리타기 게임에서 나는 피해자의 배역을 맡게 되었다. 가려져 있던 사다리의 중앙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온갖 불행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정해진 시나리오를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살아내기 위한 장례식을 치렀다. 그것은 삶에 대한 놀라운 투지에서 비롯된 자신을 위한 사이코드라마였다. 이미 결론이 났다고 생각했던 사다리타기 게임의 판을 뒤집어 나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사다리타기 게임에서 획을 추가하거나 결과값을 변경함으로써 우리는 자유의지를 얻을 수 있다. 나처럼 아예 판을 엎어버리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자유의지를 얻는다는 것은 정해져 있는 시간의 축에서 벗어나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초고밀도의 중성자별은 엄청난 속도로 자전한다. 무려 1초에 716회 회전하기도 하는 이 작지만 무시무시한 별은 놀랍게도 죽은 별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나와 유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머지않아 나는 자신이 중성자별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여겨지는 일이 있는가? 왜 그런가? 벼룩은 아주 작은 곤충이지만 1미터를 뛸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유리병에 가둔 채 단 며칠만 지나도 벼룩은 그 능력을 잃게 된다. 닫혀있는 뚜껑에 부딪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조절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이렇게 설정된 한계는 뚜껑을 열고 나서 뿐만 아니라 벼룩이 죽을 때까지 이어지며, 주변으로 전염되고, 심지어 세대를 거쳐서 유지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칠포세대(七抛世代), 더 나아가 구포세대(九抛世代)라는 말이 등장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목록에는 꿈과 희망도 포함됐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적인 경험 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 환경적 요인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꿈을 꾸고, 긍정적인 자기인식을 갖춤으로써 초월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이들의 사례 또한 셀 수 없이 많다. 그들은 단지 스스로 별이 되기를 선택했다. 모든 상식을 벗어난 유래없는 중성자별의 탄생은 내가 무구한 세계를 꿈꾸는 방식이며, 누구나 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