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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 만난 단색화, 이우환 그리고 심문섭

    유럽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단색화가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베를린과 파리에서 마주한 시선들은 공간과의 관계와 기억을 통해 또다른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함부르크 반호프 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이우환 회고전과 페로탕 뮤지엄에서 개최되었던 신문섭 개인전의 생생한 현장을 소개합니다.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 뮤지엄(Hamburger bahnhof) ©전혜림

    작년 겨울부터 올해까지 베를린과 파리를 오가며 만난 단색화 전시로, 유럽이 여전히 단색화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온몸으로 실감했습니다.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 미술관에서는 작년 10월부터 시작하여 올해 4월까지 이우환 회고전이 진행됩니다. 이번 전시는 뒤셀도르프 쿤스트할에서 열린 그의 유럽 첫 개인전 이후 50년만입니다. 한편, 프랑스 파리 페로탕 뮤지엄에서는 작년 11월에 시작해 얼마 전인 1월 13일까지 심문섭 개인전이 진행되었습니다. 2022년 홍콩 페로탕에서 전시 후, 파리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개인전이며 13점의 회화작품과 두 점의 조각품이 전시되었습니다.


    이우환, Relatum(관계항) – Memory of Place, 1977 ©전혜림

    트램에서 내려 반호프 미술관까지 걸어오다 보면 나무 사이로 익숙한 돌멩이가 보입니다. ‘이거 혹시…?’했는데 역시 이우환의 작품입니다. 베를린 신미술관(Nationalgalerie) 소장품인 <Relatum(관계항) – Memory of Place, 1977>은 소장된 1985년 이후 처음으로 베를린 중심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뽀얗고 하얀 눈으로 덮인 작품은 더욱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장소의 기억을 품고 있음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우환, Relatum – The Narrow Sky Road 그리고 Rembrandt, Self-Portrait with Velvet Beret,1634 ©전혜림

    이번 개인전의 하이라이트는 렘브란트의 그림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우환의 관계항 작품입니다. 그의 관계항 시리즈에서 꼭 등장하는 커다란 돌멩이는 꼭 작품 앞에서 대화하는 두 사람 같기도, 예술의 계곡을 만들어내는 자연 같기도 합니다. 길게 뻗은 이우환 작품 끝에서 렘브란트를 마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돌을 밟으며 걸어가는 경험은 경건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우환은 수십년간 렘브란트 반 레인의 그림을 연구해 왔다고 합니다. 원래 베를린 국립 회화관에 전시되어 있던 렘브란트의 <벨벳 베레모가 있는 자화상>은 이우환에 의해 선택당해 함부르크 뮤지엄에 처음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이우환은 서부 유럽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작품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작품이 있던 자리에는 전시회 기간동안 이우환의 작품이 렘브란트 홀에서 전시됩니다.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 이우환 회고전 전경 ©전혜림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예술가들은 흑백의 추상화와 물질성을 탐구하며 하나의 색조로 캔버스를 채우는 단색화 운동을 이어갔습니다. 이우환을 중심으로 이 운동이 전개된 만큼,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점으로부터, 1973>와 <선으로부터, 1978>입니다. 점으로부터 시리즈에서는 주황색이나 파란색의 색상 팔레트를 사용했고 점이나 반점을 정확하게 배치했습니다. 색이 점차 엷어져 캔버스에서 사라질 때까지 점을 연속해서 칠하며 작품 안에 리듬을 만들었죠. 선으로부터 시리즈는 선으로 캔버스를 덮고, 최소한의 수단으로 움직임, 깊이, 리듬을 표현했습니다. 이 두 가지 시리즈는 공허함과 아티스트의 몸짓 사이의 관계를 강조합니다.


    (좌) 심문섭, The Presentation, 2015, (우) (좌) he Presentation, 2016 ©전혜림

    전시에서 가장 놀란 것은 작품의 방대함이었습니다. 1956년 일본으로 이주한 그가 도쿄 국립 현대 미술관에 전시했던 그림 <네 번째 구조A, 1968>로 시작하여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도쿄에서 활동하며 모노하를 중심으로 발전시킨 초기 단색화들, 나뭇가지나 흙과 같은 원료를 강철이나 유리 같은 산업 재료와 결합한 1960년대 조각, 2022년 국제 갤러리에 전시된 조각, 지금까지 이어지는 단색화까지. 전시는 60년에 걸친 작품 세계의 궤적을 60개가 넘는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좌) 심문섭, Wood Deity, 1992 (우) Metaphor, 1995 ©전혜림

    갤러리 페로탕은 우리에게는 벽에 붙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를 누군가 먹어버린 해프닝이 일어난 곳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곳이지만 사실 미술계에서 아주 공신력 있는 갤러리입니다. 파리, 뉴욕, 홍콩, 서울, 상하이에 지점을 두고 있죠. 신인 작가에게는 이 곳에서 전시를 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윤곽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질 만큼 아주 귀하고 중요한 갤러리입니다. 게다가 무려 본 갤러리인 파리에 한국 작가 심문섭의 개인전이 열렸다니, 그의 위상이 실감 납니다.


    (좌) 심문섭, The Presentation, 2016 (우) The Presentation, 2018 ©전혜림

    조각가로서 국제적 입자를 다지긴 했지만 그는 꾸준히 평면 작업 또한 이어갔습니다. 조각 또한 비교적 많은 양의 드로잉을 했을 만큼 조각, 드로잉, 회화 등 여러 매체를 넘나 들며 자신의 이념을 물질화 시킨 것이죠. 특히, 1970년대 이우환의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단색화를 발전시킵니다. 그의 회화는 바다와 파도가 연상되는 마티에르를 표현하면서 공기가 화면에 자리한 듯 가느다란 여백을 만들어 냅니다. 표면에서 느껴지는 붓의 질감과 레이어는 작가의 행위성, 시간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심문섭, The Presentation, 2017, Acrylic on paper 77 × 62 cm Unique ©전혜림

    명망 높은 갤러리인 만큼, 방문 당일 끊임없이 사람들이 갤러리를 오가며 심문섭의 작품을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또한 유럽의 많은 곳에서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을 거라 확신이 듭니다. 지금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한국의 문화, 예술을 주목하고 있으니까요.


    소개해 드린 푸른 빛으로 가득 채워진 이우환과 심문섭의 단색화 작품 모두 프린트베이커리 프리미엄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국제 갤러리 press
    SMB(Staatliche Museen zu Berlin) press




    WRITER 전혜림 EDITOR 조희연 DESIGNER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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