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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 must come back home, 올리버 인터뷰

    올리버 작가는 스스로의 희로애락을 마주하는 공간으로 HOME을 설명했습니다. 근원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탐구 끝에 자조적인 숨 하나로 자수를 놓았고요. 울, 펠트, 레더 등 특별한 도화지에 담담함과 단단함 그리고 마침내 숨겨둔 재치를 꺼내 보이는 올리버 작가를 만나보았습니다.




    박강현, 올리버, 타샤변 HOME 전시현장 ⓒprintbakery


    ‘집 가고 싶다’ 를 읊조리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 말에 담긴 공통점을 꼽자면, 집이란 모두에게 휴식과 안식을 주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더군다나 나를 반겨주는 가족과 반려동물, 하다못해 침대에 눕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죠. 그만큼 집은 가장 나를 나 답게 만드는 비밀한 장소입니다.

    올리버 작가는 스스로의 희로애락을 마주하는 공간으로 HOME을 설명했습니다. ‘근원’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탐구 끝에 자조적인 숨 하나로 자수를 놓았고요. 울, 펠트, 레더 등 특별한 도화지에 담담함과 단단함 그리고 마침내 숨겨둔 재치를 꺼내 보이는 올리버 작가를 만나보았습니다. 작업에서부터 올곧게 쌓아온 오감의 향기가 듬뿍 났기에, 요즘은 어떤 취향으로 하루를 꾸려 나가는지도 함께 알아보았죠.



    박강현, 올리버, 타샤변 HOME 전시현장 ⓒprintbakery


    Q. 이번 그룹전 ‘HOME’에 대한 소감을 부탁드릴게요.


    올리버 (이하 올): 개인적으로 자극적인 ‘컨텐츠’가 중심인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이번 전시는 잠시 자극의 편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도, 초대받은 손님들이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선보일 수 있어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들 박하가 선물로 만든 카네이션과 왕관을 자랑하는 박강현 작가 ⓒprintbakery


    Q. 세 분, 서로의 첫인상을 기억하시나요?


    올: 박강현 작가님 두 번째 만났을 때의 일화가 떠오르네요. 자신이 원하는 청바지의 기장, 인심이나 모든 사이즈를 정확하게 대입하고, 심지어 포켓위치와 에이징의 형태까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엄청 ‘섬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강현, 올리버, 타샤변 HOME 오프닝 현장 ⓒprintbakery


    Q. 미술만큼이나 패션도 심상치 않습니다. 하루의 옷을 결정하거나 구매할 때, 신경 쓰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올: 요즘은 매일 옷을 바꿔 입는 재미보다는 간결하고, 어느 장소에서나 입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시그니처가 될 수 있는 포인트에 집중합니다. 때문에 하나의 옷을 3-5벌씩 사서 입고 있고요.



    Tom Rosenthal - Bob in the Rain and the Lizard of Hope (2013) 의 앨범표지


    Q. 작업하실 때 어떤 노래를 들으시나요?


    올: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이나 한 앨범만 백색 소음처럼 틀어 놓기도 하고, 좋아하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틀어 놓기도 합니다. 극단적으론 경음악과 조수미 선생님 음악도 듣기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Tom Rosenthal의 Bob in the Rain and the Lizard of Hope 를 소개하고 싶네요. 이 앨범 자체가 정말 좋아요.



    올리버 작가가 수집한 비누. 수집을 시작한지 최소 5년은 넘었다고 한다. ⓒOliver


    Q. 혹시 컬렉팅 하시나요? 미술품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수집의 순간을 공유해주세요.


    올: 여행하면서 각 국가의 로컬비누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머무는 호텔이나 럭셔리 브랜드의 비누도 좋아하지만, 각 국가마다 마트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하지 않은 비누를 좋아해요. 포장지의 타이포, 향, 디자인 등에서 그 국가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비롯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여행을 가면 시간을 내서라도 대형마트나 슈퍼에 들러서 비누를 사와요. 가장 마음에 드는 비누까지는 아니었지만 최근에 일본 여행 가서 비누를 한 10개정도를 샀던…



    board, cow hair, glove, wool (casentino), felt, cow hide on flag ,85x61, 2023
    * 올리버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땐, 캡션 속 작업방식을 꼭 읽어보시길.


    Q.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영감이 되었던 풍경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올: 평소 작업을 할 때 과거의 유산과 작화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작품의 방향과 토대를 염두 하지만, 이번에는 온전히 ‘나’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내가 있는 곳, 내가 처한 상황… 생각보다 편한 소재지만, 객관적인 내 모습을 끄집어 내어 관망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민했던 이 시간들이 이번 작업에서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굉장히 큰 영감이 되었습니다.



    ⓒOliver 인스타그램(@Oljyer)


    Q. 의류로 시작해 현재는 빈티지한 색감과 소재를 사용한 아플리케 자수 작업을 선보이고 계세요. 지금의 작업방식을 가지기까지 어떤 시도와 과정을 거쳐오셨나요?


    올: 어패럴, 의류학을 공부하면서 소재나 복식의 근본적인 기원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후에는 면과 같은 다양한 자재를 땅에 묻어 삭혀 버리거나, 인공적 또는 자연적인 화학 반응을 통해 소재를 변형시켜 재료로 사용했는데요.

    마찰을 이용해 겉면을 깎아 버리기도 하며 소재를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나’를 비롯한 인간의 삶의 태도와 닮아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개개인이 나름의 상황을 겪어내면서 비로소 대체 불가한 ‘나’를 찾아 내는 것 처럼요. 이러한 실험과 과정들이 삶 자체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죠. 어쩌면 인생이라 할 수 있는 재료들로 무언의 메시지나 자조적인 이야기를 그려 나가는 것이 저의 시그니처가 된 것 같습니다.



    artagekorea 10th Anniversary, wool felt, leftover fabric, 50s CZ army Shorts, 50s Salt & Pepper Swiss, military duffle bag, 2022 ⓒOliver 인스타그램(@Oljyer)


    Q. 그 중에서도 특히 ‘1900년대 방식’에 매력을 느끼신 이유가 있을까요?


    올: 어패럴, 의류학을 공부하면서 소재나 복식의 근본적인 기원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후에는 면과 같은 다양한 자재를 땅에 묻어 삭혀 버리거나, 인공적 또는 자연적인 화학 반응을 통해 소재를 변형시켜 재료로 사용했는데요.

    옷이나, 문화, 현상 등 이들이 어떻게 시작이 되었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합니다. 제가 하는 작업은 단순히 섬유를 콜라주 하는게 아니기에, 과거엔 이런 방식에 어떠한 사조나 문화가 깃들어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많은 고민과 탐구 끝에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방법은 1900년대 아플리케 방식에서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더 이전의 방식인 ‘아프리칸 FLAG’ 와 같은 사사로운 상황을 기록하는 메타포로 활용했던 것이 제가 생각하는 감수성과 라이프스타일 적인 부분과도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at mint house, cow hide, deer skin, wool felt on flag ,142x80, 2023


    Q. 작업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계세요. 이번 전시에서는 사람들이 모인 집에서 먹고 마시며 가까워지는 스토리를 볼 수 있었고요. 평소 깃발과 의자 등 작품을 이루는 각 도상이나 패턴, 작업방식에 작가님의 서사는 어떻게 담겨 있나요?


    올: 순수 미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와 같은 범주 안에서는 그저 조금 더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각자의 기준과 가치, 개념은 다를 수 있겠지만, 평면 작업이라는 제약과 주제가 정해진 상황에서 선택한 방법은 나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림에서 표현한 사물들은 대부분 ‘의인화’해서 제가 애정을 갖는 ‘무언가’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했습니다. 초반에 전시를 기획하고 작업실에 앉아있을 때의 제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기분도 그렇고, 기존에 제가 머물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에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했기에 그 마음을 그냥 표현해보았습니다. 의도했다기보단 그냥 ‘나’의 이야기였죠.

    근데 ‘HOME’에서 벌어지는 일을 상상하고 한 작품씩 그려 나가면서 스스로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열심히 살아보자. 잘될거야!’ 따위의 말을 평소 마음 속으로 많이 하는데, 주문처럼 되뇌었던 저의 삶의 태도가 어딘가 부정적이고, 어두웠던 그림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로 이번 전시의 이야기를 끌고 와 주었습니다.



    HOME 전시를 준비하며 ⓒOliver 인스타그램(@Oljyer)


    Q. 미술 (예술)은 작가님의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올: '간신히 살아가게 해주는 역할' 이라고 생각합니다.

    Q. 2023년의 집들이가 끝났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예정인가요?

    올: 개인전을 준비하려 합니다. 삶의 태도는 그냥 주어진 것을 최선을 다해 하면서 ‘잘 된다.‘잘될 거야’ 를 되뇌이려 합니다. 물론 그 안에는 너무 다양하고 디테일한 이해관계가 있지만, 묵묵히 헤쳐 나가다 보면 돌이켜 보았을 때 많은 것들이 변화되어 있더라고요. 계속 그렇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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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진솔한 이야기로 차려진 식탁은 더 할 나위 없이 근사했습니다. 앞으로도 무언가의 ‘시작점’으로 거슬러 가는 작가의 호기심이 자수 한 올 한 올 훈장을 달고 소재 위에 올라갈테지요. 다시 한번 우리에게 보내줄 초대장을 기다리며, 어느때보다 다정했던 집들이를 곱씹어 보려 합니다.


    EDITOR 송효정 DESIGNER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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