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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버스에 비친 감정을 마주하는 일, 마크로스코 회고전

    “나는 오직 근본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 지금 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에서는 추상미술의 대가 마크 로스코의 회고전이 진행 중입니다. 10월부터 시작된 이 전시는 내년 4월까지 이어지며, 프랑스에서 1999년 이후 최초로 열리는 회고전입니다. 전세계 어느 미술관을 가도 그의 작품을 5개 이상 한 번에 보기는 어려웠던 것 같은데요. 이번 전시는 작품 세계 전체 궤적을 따라가며 그의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마크 로스코 회고전 ©전혜림



    지금 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에서는 추상미술의 대가 마크 로스코의 회고전이 진행 중입니다. 10월부터 시작된 이 전시는 내년 4월까지 이어지며, 프랑스에서 1999년 이후 최초로 열리는 회고전입니다. 그가 작업을 시작한 1940년대 초 구상 회화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추상 작품까지 무려 115점에 달하는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나는 오직 근본적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I am interested only in expressing basic emotions…”


    작품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근본적 인간의 감정을 캔버스에 담아낸 마크 로스코. 전세계 어느 미술관을 가도 그의 작품을 5개 이상 한 번에 보기는 어려웠던 것 같은데요. 이번 전시는 작품 세계 전체 궤적을 따라가며 그의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좌) Untitled, 1938-1939 (우) Untitled(Subway), 1937 ©전혜림



    전시의 초반부에 전시된 1930년대 후반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마크 로스코의 추상회화와는 전혀 다른 모습과 분위기입니다. 그는 그림을 시작한 이래로 1940년대까지 인간을 주제로 한 작품에 매진했습니다. 익명의 인물, 누드, 초상화를 그렸죠. 하지만 인물을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얼굴을 흐릿하게 그리는 등, 형태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그림을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도시 풍경을 그린 <Subway> 시리즈는 사람이 등장하지만, 건축적 표현에 중점을 두어 굉장히 기하학적이고 단순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1930년대 말, 자신이 인간을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그림 그리기를 멈추게 됩니다. 대신 회화에 이론적으로 접근하여 <The Artist’s Reality>와 같이 글을 씁니다.



    Untitled, 1941-1942 ©전혜림


    1940년대 초, 전쟁이라는 끔찍한 국제적 상황 속에서 로스코는 다시 회화로 돌아오게 됩니다. 아돌프 고틀리브(Adolph Gottlieb)와 바넷 뉴먼(Barnett Newman) 같은 동료 화가들과 함께, 신화를 주제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인 신화를 동시대 상황과 연결하면서 ‘동시대 신화’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것이죠. 이 시기의 그림은 당시 그가 MoMA 기획전에서 봤던 초현실주의 작품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색으로 캔버스를 분할하는 특징이 후에 그가 그릴 클래식 작품을 어렴풋이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마크 로스코 회고전 ©전혜림


    로스코가 추상화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는 결정적인 시기가 1946년에서 1948년까지입니다. 이때 등장한 그림이 ‘멀티폼(Multiform)’으로 분류되는데, 초반에는 색채 영역이 유기적이고 조밀하게 캔버스를 채웠다면 1948년부터는 다소 선명해진 직사각형의 색채 영역이 반투명하게 공간을 채우게 되었습니다. 작품은 더욱 얇은 겹을 가지게 되었고 수직적 형태를 갖춰 나갑니다.



    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마크 로스코 회고전 ©전혜림


    1950년대 초, 로스코의 대표적 작품, 완벽하게 추상의 영역에 도달한 ’클래식’ 페인팅이 등장합니다. 보통 얇고 투명하게 색을 쌓아 올린 두 개 또는 세 개의 직사각형이 수직으로 배열됩니다. 이는 무한한 색의 변주로 수많은 감정을 재현합니다. 하지만 그는 ‘색채주의자’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합니다.


    “나는 색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빛을 찾고 있을 뿐이다. (I’m not interested in color. It’s light I am after)”


    처음에는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이목을 끄는 건 그가 쌓아 올린 색이니까요. 하지만 그 앞에서 내 마음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하나둘 벗기며 내 진짜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 작품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작품 앞에서 벌거벗은 기분이라 할 수 있겠네요. 가만히, 고요하게 감상하며 로스코가 담은 빛을 발견해 내는 일에 침잠해야 합니다.


    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마크 로스코 회고전 ©전혜림


    이번 회고전의 하이라이트틑 바로 런던 테이트 뮤지엄의 ‘로스코룸’을 옮겨 둔 방입니다. 해당 전시 층은 1956년부터 1958년까지의 다섯 개의 작품이 걸린 방에서 시작하여, 1958년부터 일 년간 작업한 <시그램 벽화(Seagram Murals>가 걸린 테이트 ‘로스코 룸(Tate’s Rothko Room)으로 이어집니다. 이곳에서는 어두운 색조와 달라진 형식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테이트 로스코룸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데요. 1958년 6월, 미스 반 데 로에의 뉴욕 마천루 시그램 빌딩에 레스토랑을 디자인하게 된 필립 존슨이 마크 로스코에게 레스토랑 벽화를 의뢰합니다. 그는 예술가가 공간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안에 매료되었고, 이를 위해 건축과 분리할 수 없는 공간 특정적인 작품을 만들려 합니다.


    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마크 로스코 회고전 ©전혜림


    그가 만족할 만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무려 약 30개의 작품이 제작되었습니다. <시그램벽화>는 두 가지의 색상만을 사용했고, 기존의 수직적 작품에서 벗어나 수평 형식을 선호합니다. 이렇게 구성을 바꾸며 꽉 닫힌 문을 바라보는 듯 했던 작품은 포털이 생기거나 문이 열린 것처럼 열린 형태가 됩니다. 하지만 1959년 12월, 마크 로스코는 자신이 구상한 프로젝트의 정신과 실제 레스토랑의 방향성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계약을 해지합니다. 10년 후, 그는 이 작품 중 9개를 골라 테이트에 기부했습니다. 이 그림들은 로스코가 사망한 당일 런던에 도착하여 로스코룸에 전시되었다고 합니다. 예술가의 지침에 따라 설치된 작품을 런던이 아닌 파리에서 그대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입니다.


    로스코의 'Black and Grey series'와 알베르코 자코메티의 조각, 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마크 로스코 회고전 ©전혜림


    전시장 마지막은 로스코의 <Black and Grey series> 입니다. 1967년부터 1970년까지 제작된 해당 시리즈는 클래식 추상화와는 또 다른 모습이죠. 작품 크기는 줄었고, 한 개의 작품 외에는 전부 흰색 테두리로 캔버스와 틀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앞선 전시장보다는 한층 밝은 조명으로 전시되고 있었고요. 오로지 뚜렷한 회색과 검은색이 캔버스를 수평으로 가르고 있습니다. 표면 또한 전과 달리 거칠게 표현되었습니다. 달의 표면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아득함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블랙앤그레이 시리즈는 <Black and Grey series>는 알베르코 자코메티의 조각과 마주합니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어딘가를 향해 하염없이 걸어가는 인간의 모습, 하염없이 무언가를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엄숙함, 연약함, 긴장감 같은 것들이 마크 로스코의 작품과 겹쳐 더 크게 다가옵니다. 세상의 빛과 어두움을 다 모아둔 것 같은 방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여정이었습니다.


    파리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마크 로스코 회고전 ©전혜림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프린트베이커리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로스코의 작품을 집으로 가져올 때는 그게 나의 삶에서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지 전혀 알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곁에 두고 바라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진동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의 삶을 앞에서 뒤로 모두 훑은 오늘. 여러분에게는, 어떤 작품이 가장 마음에 가깝게 다가왔나요?


    WRITER 전혜림 EDITOR 조희연 DESIGNER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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