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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라노 가구 디자인 기행

    트리엔날레 밀라노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디자인의 가구, 조명, 인테리어 소품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눈에 익은 그것이 이탈리아 디자인이었다는 사실, 게다가 아주 오래전에 세상에 나온 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되죠. 이탈리아가 디자인 강국임을 절로 실감하게 되는 닐루파르 데포와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 기행, 함께해보실까요?

    (좌) 아르마니 가구 쇼룸, (우) 밀라노 에어비엔비 거실 2023 ©전혜림


    이탈리아 내 가장 높은 GDP를 가진 부자 도시 밀라노는 한눈에 봐도 세련된 됐습니다. 거리에는 5층 정도 되는 정육면체의 반듯한 건물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수백 년 전부터 대리석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보유했던 만큼, 어느 곳을 가도 석조 건축물이 많지만, 특히 밀라노는 다양한 종류의 대리석이 아낌없이 쓰인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멀리서는 얌전해 보이는 파사드도 자세히 보면 창문마다 작은 디테일이 있고, 여러 양식의 기둥들, 조각상이 아무렇지 않게 달려 있죠. 걷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밀라노는 뉴욕, 파리, 런던처럼 동시대 예술이 활발하게 소개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특히 매년 4월에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는 세계 모든 디자인이 밀라노로 모입니다. 대규모 가구박람회와 함께 도시 전역에 1,000여 개에 달하는 장외 전시가 동시에 개최되는 어마어마한 규모 입니다. 하지만 디자인 위크 기간 외에도 밀라노의 비범함은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Nilufar Depot ©전혜림


    밀라노에서는 길에서 ‘어? 이 패션 브랜드가 가구도 했어?’하고 놀라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잠깐 머물렀던 에어비앤비에는 집안 곳곳에 그림이 걸려있었는데요. 출처를 물어보니 ‘결혼한 부부의 신혼집에 부모님이 그림 선물을 하는 게 전통이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밀라노 디자인의 역사와 쌓여온 풍부함 그리고 현재의 활기는 어디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을까요.


    Nilufar Depot ©전혜림

    닐루파르 데포(Nilufar Depot)

    밀라노 여행을 함께한 동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때가 아닌 닐루파르 데포(Nilufar Depot)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갈 때마다 항상 사람으로 북적였거든요.” 닐루파르 데폿은 밀라노 디자인계의 대모 니나 야사르(Nina Yashar)가 설립한 갤러리입니다. 난민인 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에 온 그녀는 1979년 밀라노에 닐루파르 갤러리(Nilufar Gallery)를 설립하고, 2015년에는 소장품 3,000여 점과 함께 닐루파르 데포(Nilufar Depot)를 열었습니다.


    Nilufar Depot ©전혜림


    5월의 닐루파르 데포(Nilufar Depot)은 조용했습니다. 안뜰을 지나 건물로 들어가면 은세공 공장을 개조한 1,500㎡에 달하는 커다란 규모의 실내가 나옵니다. 중앙은 텅 비어 있어서 높은 층고 건물의 압도감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중정 주위로 3층의 가장자리에서 전시가 이어지죠. 아티스트 레오노르 앤투스가 만든 6미터 길이의 놋쇠 커튼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커튼은 공간에 무게감과 우아함을 주는 동시에 닫았을 때는 드넓은 중정을 분할하는 역할도 합니다.


    트리엔날레 밀라노 ©전혜림


    닐루파르 데포는 ‘가구 큐레이션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를 알려주는 곳이었습니다. 니나 야사르의 컬렉션은 과감하기로 유명한데요. 과연 실제로 보니 뭐 하나 튀지 않는 작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각 작품은 개성을 강하게 내뿜으면서 동시에 서로 어우러졌습니다.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처럼 디테일만 조금씩 다르고 무난한 선과 색을 가진 가구들을 반듯이 정리해 둔 쇼룸만 보다가, 닐루파르 데포에 오니 그저 신선한 충격이었죠. 나중에 찾아보니 그는 자신의 컬렉션을 ‘조화로운 불협화음’이라고 칭하더군요. 불협화음을 조화롭게 만든 갤러리 설치팀의 능력이 감탄스러웠습니다. 익숙한 가구 큐레이션을 벗어난 색다른 경험에는 닐루파르 데포만한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 ©전혜림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The Triennale di Milano)


    밀라노가 디자인 강국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면, 이곳에는 ‘디자인 뮤지엄’이 있다는 것입니다. 디자인 뮤지엄이 있는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10여 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중 한 곳이 바로 ‘이탈리아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입니다. ‘트리엔날레’가 3년에 한 번이라는 의미가 있는 만큼 이곳은 원래 3년에 한 번씩 이탈리아 건축과 디자인에 관한 전시를 열 목적으로 생겼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외를 막론한 다양한 건축-디자인 전시를 진행하고 있죠. 오늘은 상설전 두 가지를 소개해 보려 합니다.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 ©전혜림


    <Museo del Design Italiano>에서는 기관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1923년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소장품 300여 개의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전부 오리지널 작품으로요. 이 전시만 봐도 밀라노 디자인 역사는 다 훑은 셈이죠.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 ©전혜림


    전시에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가구, 조명, 인테리어 소품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눈에 익은 그것이 이탈리아 디자인이었다는 사실, 게다가 아주 오래전에 세상에 나온 작품이라는 사실에 계속 놀라게 되죠. 이탈리아가 디자인 강국임을 절로 실감하게 되는 컬렉션이었습니다.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 ©전혜림


    트리엔날레 밀라노에는 지드래곤 거울로 유명한 울트라프라골라 거울의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그룹 ‘멤피스’ 창립 멤버인 에토레 소트사스의 카사 라나(CASA LANA)도 영구적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집은 1965년 그가 친구인 석판화가 조반니 라나(Giovanni Lana)를 위해 디자인한 집입니다. 트리엔날레 밀라노는 집을 그대로 뜯어 전시장 안으로 가져왔는데요. 덕분에 미드 센추리 시기의 개인 주택안에 직접 들어간 듯한 귀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예산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공간을 활용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복도를 없애고 모든 부분이 하나로 느껴지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방 속의 방’을 컨셉으로 중앙에 거실이 있고 그 가장자리로 복도보다는 조금 더 넓지만 폭이 좁은 공간이 거실을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 마치 공간과 공간 사이를 연결하는 복도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붙박이장, 책상, 여러 수납공간이 줄지어 있어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이죠. 이런 방식은 현재 주거 문제의 해결 방법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 ©전혜림


    닐루파르 데포와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 외에도 빌라 네키 캄필리오, 밀라노 프라다 파운데이션을 방문하며 밀라노만의 예술을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파리보다는 더 현대적이고, 뉴욕보다는 덜 동시대적인 이 묘한 도시는 참 매력적입니다. 예술과 삶이 하나가 된 도시를 또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덕분에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더 궁금해졌고요. 이탈리아 여행에서, 역사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로마, 피렌체, 베니스도 좋지만 과거와 현대 사이에 비스듬히 누워 다양한 예술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밀라노도 살짝 끼워 넣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참조]
    1. 월간 디자인, 이탈리아 디자인의 숨은 힘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
    2. 네이버 디자인, Oh! 크리에이터, 닐루파 갤러리 니나 야사르



    WRITER 전혜림 EDITOR 조희연 DESIGNER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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