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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ve a life as it is

    “다다즈는 잘 노는 작가다!” 8월 PBG 한남에서 열린 다다즈 작가의 개인전 오프닝과 성수동 오색칠에서 진행된 클로징 파티 현장을 본 극 I의 내적 외침으로 글의 서두를 열어본다. 제 3자의 눈으로 볼 때 다다즈와 ‘다다즈팸’이라 명명된 그의 팬들은 자발적 행위에 기반을 둔 상호작용으로 흥 넘치는 바이브를 생산하는 것 같다. 근거를 찾아내려 이들의 행보를 톺아보았다.



    Live a life as it is

     - 노블레스·아트나우 에디터 박이현


    “다다즈는 잘 노는 작가다!”

    PBG 한남에서 열린 다다즈 작가의 개인전 <How Are You Feeling Today?> 오프닝과 성수동 오색칠에서 진행된 클로징 파티 현장을 본 극 I의 내적 외침으로 글의 서두를 열어본다. 비트 있는 음악이 흐르는 사이키델릭한 공간에서 시선을 빼앗긴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오늘 기분 어때요?”라며 플러팅한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으나, 이보다는 미술의 범주 안에서 삶을 멋지게 즐긴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제삼자의 눈으로 볼 때 다다즈와 ‘다다즈팸’이라 명명된 그의 팬들은 자발적 행위에 기반을 둔 상호작용으로 흥 넘치는 바이브를 생산하는 것 같다. 근거를 찾아내려 이들의 행보를 톺아보았다. 나름의 결론은 다다즈와 다다즈팸 사이에 ‘재미’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NFT 아트로 이어지는 다다즈의 타임라인과 취미와 애호로 귀결되는 다다즈팸의 펀치라인이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마치 유희가 유의미한 무언가로 승화한 모양새다.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우리는 이들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 부른다. 네덜란드 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저서 「호모 루덴스」(1938)에서 내세운 개념인 호모 루덴스는 문화 그 자체가 놀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을 지칭한다. 즉,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합리적인 생각을 한다고 믿는 사람)의 지식과 호모 파베르(Homo Faber, 인간의 본질이란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것)의 기술 모두 인간이 노는 데서 기인한다는 뜻. 이를 한 줄로 요약하면, “‘놀면 뭐하니?’라고 닦달하지 마세요”가 되겠다. 혹자는 노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위징아의 설명을 들으면, 놀이가 이성 그 이상의 것을 파생함을 깨닫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놀이를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정신’을 인정하게 된다. 인간은 놀며, 논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그러므로 분명 인간은 이성적 존재 이상이다.”

    더불어 하위징아는 놀이에 관해 “‘일상’ 생활의 바깥에서 벌어지고, 독립된 자유로운 행위지만, 놀이하는 사람을 완벽하게 몰두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물질적 이해와는 상관없는 행위이고, 아무런 이득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 나름의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가진 놀이터 내에서 고정된 규칙에 따라 일정한 방식으로 수행된다”라고 주장한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가상 세계의 비생산적인 놀이가 현실의 나에게 파동을 일으킨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연장선에서 영어 단어 illusion(가상)의 어원인 라틴어 루데레(ludere)는 ‘놀다(to play)’라는 의미를 내포하는데, 여기서 잠시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에 출현했던 소피스트(Sophist,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논변을 강조했고, 진리와 정의를 상대적 기준으로 바라보았음)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 고차원적인 통찰과 대화를 중시하던 플라톤적 분위기 가운데 소피스트는 세속적이란 비판을 받았음에도 그리스인들은 말장난으로 치부되던 소피스트의 궤변에 공감했다. 그야말로 손에 잡히지 않는 일종의 소통 놀이(논쟁 혹은 언쟁)가 다른 차원의 사유의 세계를 열어준 셈.




    <How Are You Feeling Today?>로 돌아가, 다다즈 작업을 둘러싼 요소들은 노는 일에 초점이 맞춰진 가상 세계 속 플레이어(player) 성격이 짙다. 먼저, NFT 아트는 웹 3.01 에서 이뤄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다즈의 타임라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NFT 아트로 흘러간다. 본디 다다즈는 종종 반려묘를 그림을 남겼는데, 데이터를 고유한 형태로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하면서 NFT 아트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이미 다다즈팸은 잘 알겠지만) 자신의 SNS에 재치 있는 답변을 남긴 팔로워에게 그림을 선물로 준 사건은 유명한 일화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시작한, 888개의 NFT 프로필 이미지(PFP)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는 다다즈를 일약 스타 반열에 올렸고, 다다즈팸과의 유대를 끈끈하게 다지는 근간이 되었다.




    다음으로 눈여겨봐야 할 건 이모지. 이모지는 가상 세계에서 나의 기분을 대신 전해주는 배우(player)다. 주지하다시피, 1997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문자 메시지 용도로 개발한 이모지는 유니코드(세계 각국의 언어를 통일된 방법으로 표현하기 위해 개발한 코드) 체계의 그림 문자다.2 문자와 이메일 전송이 급증하던 시대, 텍스트로만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의 의중을 알기 어렵다는 것에 착안해 개발했다.3 이모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다즈의 작업은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 메시지나 SNS 댓글에 남긴 하트 이모지는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호기심 같은. 아마도 그건 전파에 몸을 맡긴 하트 이모지가 진정한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인지, 단 한 명의 상대에게만 도달하고 싶은데 수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설레는 감정을 들키는 게 부끄럽지 않은지 등의 궁금증이었을 거로 추측해 본다. 다다즈 작업의 특징은 기존 이모지에 눈코입을 부여한다는 것. 전시 서문을 참고하면, 이모지를 매개로 표현되는 복잡한 감정과 숨겨진 텍스트를 풀어내며 누구나 겪었을 법한 다면적인 감정을 상기시키는 그의 작업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방점을 찍는다.




    마지막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인 웹 3.0에서 펼쳐진 작업이 종국엔 아날로그적 가치로 회귀한다는 것. 대부분의 NFT 아트와 달리, 다다즈의 작업은 수익이 아닌 순수한 교류를 지향한다. 가상화폐 투자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에서 깨달은 한계가 모멘텀이 됐다. 당시 그는 예술의 목적과 온라인의 폐쇄성에 관해 고찰했는데, 이때 내린 해결책이 ‘소통’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작가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물하기로 했고, 나아가 실제 만남을 적극적으로 주선하는 데 이르렀다.




    이렇게 웹 3.0이 캔버스 그림으로 구성된 오프라인으로 전치되면서 다다즈가 추구하는 본질은 공고해졌다. 대표적으로, 모임에서 사람을 구분 짓는 기준이 없다. 성향이 E든 I든, 다다즈팸에 열정적이든 미온적이든 다 괜찮다. 또 공식 행사가 아니더라도 작가 작업실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내 할 일을 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저 다다즈 세상에서 작업을 통해 에너지를 얻은 다음, 실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가상 세계에선 다양한 맥락으로 이모지를 살펴보고, 현실에선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나의 세계를 확장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의 플레이어로서 있는 그대로 놀이와 현실을 넘나든다는 것. 이는 다다즈 작업에서 요한 하위징아의 놀이 개념이 보이는 이유다.





    1 데이터의 소유가 개인에게 돌아가는 형태. 블록체인 같은 분산화 기술을 활용하면 지금 같이 중앙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확산하는 플랫폼에서 탈피할 수 있다. 반면, 웹 2.0은 네이버, 위키피디아, 유튜브, 페이스북처럼 사용자가 읽고 쓸 수 있는 플랫폼으로, 댓글·좋아요 등의 소유권을 웹 관리자가 갖는 것이 핵심.
    2 그림을 뜻하는 ‘에(絵)’와 문자의 ‘모지(文字)’가 만나 탄생했다. 에모지(えもじ)보다 ‘이모지’ 발음이 대중적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영어 단어 Emotion과의 연관성은 없다.
    3 직설법보다는 우회적 표현을 선호하는 일본식 태도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EDITOR 박이현(노블레스·아트나우) DESIGNER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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