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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시간을 쫓는 일상의 기록, 배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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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 | 흙의 시간을 쫓는 일상의 기록, 배세진 |
---|---|
artist | PRINT BAKERY |
price | Editorial |
maker | 프린트베이커리 |
info | Editorial |
code | P0000FJD |
상품간략설명 | “나는 흙의 시간을 쫓아 살아간다. 내 시간에 자연의 시간을 끌고 오지 않는다.” 흙을 다루는 것은 자연의 시간에 온전히 맞춰가는 작업입니다. 흙이 적당한 습도를 머금는 것을 바라보고, 알맞게 굳는 때를 기다리며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
상품추가설명 번역정보 | 2020. 11. 25 |
수량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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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흙의 시간을 쫓아 살아간다. 내 시간에 자연의 시간을 끌고 오지 않는다.”
배세진은 도자를 처음 접했을 때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흙을 다루는 것은 자연의 시간에 온전히 맞춰가는 작업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흙이 적당한 습도를 머금는 것을 바라보고, 알맞게 굳는 때를 기다리며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흙의 시간을 쫓아가며 그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과보다 흙과 호흡하는 시간을 위한 작업입니다. 최근 프린트베이커리 클럽디자인에서 ‘일상'展을 오픈한 배세진을 만나고 왔습니다. 작가의 시간이 담긴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Q1. KCDF(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와 프린트베이커리가 공예가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에 첫번째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A1. 공공기관에서 작가들의 활동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은 항상 고마운 일입니다. 공예 분야에서 비기능적인, 표현적 작업들에 대한 시장이 거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영역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개발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좋은 프로젝트에 첫 번째로 함께 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Q2. 이번 전시의 주제가 ‘일상’입니다.
A2. 제가 선보이는 작업들은 ‘우리의 일상’이 아니라, ‘작가의 일상’임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일상 공간 안에 놓인 사물과는 다른 것입니다.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을 어떻게 보내는지,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번호가 기록된 도자 조각을 붙여 나가는 작업을 합니다. 이것은 제가 작업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자, 그 재료의 시간에 맞춰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작업을 하며 보낸 시간을 관람자들이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Q3. 작가님의 일상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하루의 루틴이 어떻게 되시나요?
A3. 최근에는 수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박사과정, 강의, 공방까지 포함해서 일주일 내내 수업이 가득 차있어요. 고등학교 선생님보다 수업이 더 많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외의 시간을 작업으로 채운다면 좋겠는데 사실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의 방식이 복잡해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점점 삶의 영역이 넓어져 가고 있습니다.
Q4. 꾸준히 공방을 운영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업과 공방 수업을 병행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4. 좋은 교육적 컨텐츠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모두 전문가가 되지 않아도 되지만, 전문가가 받을 수 있는 만큼의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도자는 굉장히 좋은 아이템입니다. 물질을 만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현대 사회의 대부분은 비물질적인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자연 물질을 만지는 것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이 원하는 것을 더 잘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Q5. 시간을 쌓는 작업을 하고 계신데, 작가님에게 시간의 가치란 무엇인가요?
A5. 가치라기 보다는 개념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돈으로 치환하기 가장 쉬운 것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이 8,590원이죠. 싼 가격으로 시간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제 처음 시작은 디자인 회사였습니다. 나의 시간을 써서 내 것이 아닌 일을 하는 것에 회의감을 크게 느꼈습니다. 결과조차 남의 것이라 성취감을 갖기 힘들었습니다.
도자 공예를 한다는 것은 내 손으로 물질을 만드는 것입니다. 온전한 내 것을 만드는 것에 대한 쾌감이 굉장히 컸습니다. 흙은 참 재미있는 재료입니다.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적당한 습도, 혹은 적당히 마른 상태를 계속해서 기다리며 그의 시간을 쫓아가야 합니다. 여러 번의 기다림 끝에 형태를 만든 후에도 1, 2주를 기다려 건조를 하고, 가마에 넣고 이틀을 기다려야 합니다. 자연 물질을 다루는 것은 내 시간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일입니다. 흙의 시간에 맞추어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간을 기록하는 게, 흙과 작업하는 시간을 추종하는 작가로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6. 작업하는 시간을 즐기고 계신 것 같아요. 작업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A6. 저는 전형적인 판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다. 흙 판을 만들고 잘라서 한 층씩 붙이는 방법입니다. 기법의 특이함, 특수성은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분절된 모든 조각에 일련번호를 찍어 붙입니다. 그 번호는 다음 작업으로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평면이든 입체든 상관없이요. 10 몇 년 하다 보니 번호가 31만 개까지 왔습니다. 작품 하나에는 적게 들어가면 6~700개, 많게는 3~40,000개의 조각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번호는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에요. 조각들을 반복적으로 붙여 형태를 만들어 나가지만, 사실 형태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과의 형태보다 작업의 과정, 내가 조각을 붙이고 있는 시간, 번호를 찍고 있는 그 시간이 중요합니다.
Q7. 어떻게 보면 수행과도 작업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A7. ’수행’이라는 말은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도자예술을 한다는 것이 크래프트맨쉽, 장인 정신이라 불릴 수는 있으나 신화화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생활의 달인에 나와 어묵이나 핫바를 만드는 사람들도 일과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장인 정신이 들어있습니다. 저 역시 떡볶이집 사장님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인일 뿐입니다. 물론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수행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노동을 통해 쾌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이 시간을 잘 보냈다.’라는 느낌이 나를 충만하게 만듭니다.
Q8. ‘고도를 기다리며’는 작가님의 작업을 대표하는 명칭입니다. 아일랜드 희극의 제목으로 알려져 있고, 그것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는 무엇인가요?
A8. 학생 시절 작업을 할 때, 문득 이 희곡이 떠올랐습니다. 두 주인공이 ‘고도’라고 표현된 무엇인지 모를 어떤 것을 끊임없이 기다리는 내용입니다.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며 작업하다 보니 무언가를 기다리기만 하던 이 희곡이 떠올랐습니다. 순간의 영감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름은 단지 출발일 뿐입니다. 제목이나 모티브가 작품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고민을 최근 몇 년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제목에서 벗어나서 편하게 다양한 것을 작업해 보려고 합니다.
Q9. 새로 시작하게 된 평면 작업이 궁금합니다.
A9. 입체에서 연결되어 나온 작업입니다. 입체에서 추출된 형태, 혹은 색깔을 가지고 작업을 합니다. 번호 역시 이전 작업과 연속성을 갖고 이어서 기입됩니다. 현대 미술에서 조형 도자 영역은 굉장히 힘든 분야 중 하나입니다. 기능이 없는 도자이면서, 조각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작업을 꾸준히 지속하며 활동하는 작가들을 응원합니다.
Q10. 향후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A10. 큰 폭의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변화에 대해 조심스러웠지만 그러한 마음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일단 해보고, 안돼도 괜찮고, 잘되면 좋은 것으로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런저런 것을 많이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이미 내 영역이 확실하게 구축되어 있으면 새로운 시도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안되려고 하는 거라며 편하게 웃는 배세진 작가의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합니다. 흙과 보낸 시간을 담은 작품 30여점을 ‘일상’展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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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흙의 시간을 쫓아 살아간다. 내 시간에 자연의 시간을 끌고 오지 않는다.”
배세진은 도자를 처음 접했을 때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흙을 다루는 것은 자연의 시간에 온전히 맞춰가는 작업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흙이 적당한 습도를 머금는 것을 바라보고, 알맞게 굳는 때를 기다리며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흙의 시간을 쫓아가며 그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과보다 흙과 호흡하는 시간을 위한 작업입니다. 최근 프린트베이커리 클럽디자인에서 ‘일상'展을 오픈한 배세진을 만나고 왔습니다. 작가의 시간이 담긴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Q1. KCDF(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와 프린트베이커리가 공예가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에 첫번째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A1. 공공기관에서 작가들의 활동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은 항상 고마운 일입니다. 공예 분야에서 비기능적인, 표현적 작업들에 대한 시장이 거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영역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개발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좋은 프로젝트에 첫 번째로 함께 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Q2. 이번 전시의 주제가 ‘일상’입니다.
A2. 제가 선보이는 작업들은 ‘우리의 일상’이 아니라, ‘작가의 일상’임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일상 공간 안에 놓인 사물과는 다른 것입니다.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을 어떻게 보내는지,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번호가 기록된 도자 조각을 붙여 나가는 작업을 합니다. 이것은 제가 작업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자, 그 재료의 시간에 맞춰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작업을 하며 보낸 시간을 관람자들이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Q3. 작가님의 일상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하루의 루틴이 어떻게 되시나요?
A3. 최근에는 수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박사과정, 강의, 공방까지 포함해서 일주일 내내 수업이 가득 차있어요. 고등학교 선생님보다 수업이 더 많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 외의 시간을 작업으로 채운다면 좋겠는데 사실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의 방식이 복잡해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점점 삶의 영역이 넓어져 가고 있습니다.
Q4. 꾸준히 공방을 운영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업과 공방 수업을 병행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4. 좋은 교육적 컨텐츠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모두 전문가가 되지 않아도 되지만, 전문가가 받을 수 있는 만큼의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도자는 굉장히 좋은 아이템입니다. 물질을 만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현대 사회의 대부분은 비물질적인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자연 물질을 만지는 것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이 원하는 것을 더 잘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Q5. 시간을 쌓는 작업을 하고 계신데, 작가님에게 시간의 가치란 무엇인가요?
A5. 가치라기 보다는 개념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돈으로 치환하기 가장 쉬운 것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이 8,590원이죠. 싼 가격으로 시간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제 처음 시작은 디자인 회사였습니다. 나의 시간을 써서 내 것이 아닌 일을 하는 것에 회의감을 크게 느꼈습니다. 결과조차 남의 것이라 성취감을 갖기 힘들었습니다.
도자 공예를 한다는 것은 내 손으로 물질을 만드는 것입니다. 온전한 내 것을 만드는 것에 대한 쾌감이 굉장히 컸습니다. 흙은 참 재미있는 재료입니다.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적당한 습도, 혹은 적당히 마른 상태를 계속해서 기다리며 그의 시간을 쫓아가야 합니다. 여러 번의 기다림 끝에 형태를 만든 후에도 1, 2주를 기다려 건조를 하고, 가마에 넣고 이틀을 기다려야 합니다. 자연 물질을 다루는 것은 내 시간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일입니다. 흙의 시간에 맞추어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간을 기록하는 게, 흙과 작업하는 시간을 추종하는 작가로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6. 작업하는 시간을 즐기고 계신 것 같아요. 작업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A6. 저는 전형적인 판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다. 흙 판을 만들고 잘라서 한 층씩 붙이는 방법입니다. 기법의 특이함, 특수성은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분절된 모든 조각에 일련번호를 찍어 붙입니다. 그 번호는 다음 작업으로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평면이든 입체든 상관없이요. 10 몇 년 하다 보니 번호가 31만 개까지 왔습니다. 작품 하나에는 적게 들어가면 6~700개, 많게는 3~40,000개의 조각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번호는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에요. 조각들을 반복적으로 붙여 형태를 만들어 나가지만, 사실 형태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과의 형태보다 작업의 과정, 내가 조각을 붙이고 있는 시간, 번호를 찍고 있는 그 시간이 중요합니다.
Q7. 어떻게 보면 수행과도 작업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A7. ’수행’이라는 말은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도자예술을 한다는 것이 크래프트맨쉽, 장인 정신이라 불릴 수는 있으나 신화화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생활의 달인에 나와 어묵이나 핫바를 만드는 사람들도 일과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장인 정신이 들어있습니다. 저 역시 떡볶이집 사장님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인일 뿐입니다. 물론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수행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노동을 통해 쾌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이 시간을 잘 보냈다.’라는 느낌이 나를 충만하게 만듭니다.
Q8. ‘고도를 기다리며’는 작가님의 작업을 대표하는 명칭입니다. 아일랜드 희극의 제목으로 알려져 있고, 그것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는 무엇인가요?
A8. 학생 시절 작업을 할 때, 문득 이 희곡이 떠올랐습니다. 두 주인공이 ‘고도’라고 표현된 무엇인지 모를 어떤 것을 끊임없이 기다리는 내용입니다.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며 작업하다 보니 무언가를 기다리기만 하던 이 희곡이 떠올랐습니다. 순간의 영감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름은 단지 출발일 뿐입니다. 제목이나 모티브가 작품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고민을 최근 몇 년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제목에서 벗어나서 편하게 다양한 것을 작업해 보려고 합니다.
Q9. 새로 시작하게 된 평면 작업이 궁금합니다.
A9. 입체에서 연결되어 나온 작업입니다. 입체에서 추출된 형태, 혹은 색깔을 가지고 작업을 합니다. 번호 역시 이전 작업과 연속성을 갖고 이어서 기입됩니다. 현대 미술에서 조형 도자 영역은 굉장히 힘든 분야 중 하나입니다. 기능이 없는 도자이면서, 조각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작업을 꾸준히 지속하며 활동하는 작가들을 응원합니다.
Q10. 향후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A10. 큰 폭의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변화에 대해 조심스러웠지만 그러한 마음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일단 해보고, 안돼도 괜찮고, 잘되면 좋은 것으로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런저런 것을 많이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이미 내 영역이 확실하게 구축되어 있으면 새로운 시도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안되려고 하는 거라며 편하게 웃는 배세진 작가의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합니다. 흙과 보낸 시간을 담은 작품 30여점을 ‘일상’展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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